[살며 생각하며] 가을 맞이 세븐 업
몇 년 전 어느 단체로부터 시니어 회원 모임에 와서 강의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우울한 황혼기가 아닌 유쾌한 황금기로 노년을 보내기 위해 어떤 말씀을 드리면 좋을까 하다가, 전에 남편이 설교 중 인용했던 ‘세븐업’이 생각났다. 마시는 세븐업이 아니라, 유쾌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데 꼭 필요한 일곱 가지 ‘UP’으로, 즉 클린업(Clean Up), 쇼업(Show Up), 셧업(Shut Up), 치어업(Cheer Up), 페이업(Pay Up), 드레스업(Dress Up), 마지막으로 기브업(Give Up)이다. 처음엔 시니어 분들을 위해 이 세븐업을 생각해봤지만, 사실 이것은 모든 연령대에 필요한 아주 중요하고 기억해야 할 삶의 원칙이다. 첫 번째는, 클린업(Clean Up)이다. 깨끗한 공간은 정신 건강에 완전 짱이다. 하지만 강박이 있는 나는 직성이 풀리게 청소를 하면 반드시 몸살이 났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턴 매주는 아니지만 청소해주는 분의 도움을 받고, 중간중간 살살 청소를 한다. 그런데, 내가 지출하는 경비 중 가장 아깝지 않은 것이 이 비용이다. 그분이 왔다 간 날이면, 우리 집이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갑자기 인생이 아름다워진다. 특히 요즘은 미니멀리스트의 삶이 지향되고 있다. 꼭 필요한 것들만 가지고 살려 해도 우리가 소유한 것들은 너무나 많다. 그러다 보니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산다. 가을이 오기 전, 계속하여 안 쓰게 되는 물건이나, 철이 지나도록 한 번도 안 입게 되는 옷, 신발, 가방, 모자 등은 필요한 사람이나 단체에 도네이션하고, 간단하고 정리된 모습으로 가을을 맞자. 참전 용사들을 돕는 단체인 purpleheartfoundation.org 같은 곳에서는, 박스에 도네이션할 물건을 담아 문 앞에 내놓고 웹사이트에서 픽업을 요청하면 와서 픽업해 간다. 두 번째는 쇼업(Show Up)이다. 자꾸 나가서 여러 곳에 참여하고 모습을 나타내자는 것이다. 요즘은 너무 많은 만남과 배움의 기회가 주변에 널려있다.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모든 배움의 기회에 모습을 드러내자. 전에 뉴저지에서 자녀 교육과 미국 학교에 대한 세미나를 할 때 오신 아주 연로하신 할아버님을 잊을 수 없다. 형편상 손주들의 양육을 맡고 계신 이 분은, 롱아일랜드 중에도 아주 먼 거리에서 장거리 운전을 하고 오셔서 세미나에 참석하셨다. 열심히 쇼업하여 소통하고 배우는 성숙한 가을이 되자. 세 번째는, 셧업(Shut Up)이다. Shut Up 하면 기분이 좀 나쁘시려나? 하지만, 사실 인간관계에서 이만큼 중요한 말이 없다. 상대의 말을 중도에 끊고 싶을 때, Shut Up이라고 내게 속으로 말하자. 누구든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들어주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둘이 말하는데 내가 50% 이상을 말하려고 할 때, Shut Up이라고 속으로 말하자. 음식값 계산할 때만이 아니라, 대화도 n분의 1이다. 반대로, 너무 셧업을 하는 것도 큰 문제다. 요즘 뒤늦게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키야, 이렇게 입을 닫고 어떻게 가족으로, 부부로 살 수 있었을까. 남편은 아내를 오해하면서도 묻지 않는다. 아내도 남편을 크게 오해하지만, 묻는 대신 자존심에 평생 입을 다문다. 나중에 셧업을 풀고 대화를 하면서 진정한 가족이 되어 간다. 궁금하면 묻고, 서운하면 말하고, 고마우면 표현하자. 깊고 성숙한 인간관계가 주렁주렁 맺히는 가을이 될 것이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가을 맞이 가을 맞이 장거리 운전 시니어 회원